단문연성.
데굴데굴 구르는 사제지간이 보고 싶었는데 구르는건 오비완뿐…
으득하고 뼈가 일그러지는 소리와 함께 숨 먹은 비명이 제어실의 적막을 가로질렀다. 아니 이제 제어실이 아니라 고문실로 변해버린 현장에서 아나킨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제 마스터의 이름을 부르는 것뿐이었다. 실핏줄이 터진 눈가는 붉게 짓물렀고, 헐떡이는 숨 위로 질린다는 듯 비웃음이 쏟아졌다. 언제나 단정하게 빗어 넘긴 붉은 빛 머리는 힘없이 우악스러운 손에 이끌려 들어 올려졌다.
"이렇게 보니 제다이도 별거 없잖아?"
목덜미에 채운 포스 구속구 아래로 다시 또 핏줄기가 흘러내렸고, 아나킨은 으르렁거리며 발버둥 쳤지만 저 역시 포스가 제한된 채로 묶인 상태라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오비완보다는 멀쩡했다. 제 마스터의 납치를 사주한 자는 오비완의 사랑을 갈구했지만 방식은 비열하고 가학적이었다. 의뢰인이 원하는 대로 망가뜨려 데려가야 한다며 낄낄거리던 무뢰배들은 유일하게 손대지 말라 한 오비완의 얼굴을 보며 아쉬워했다. 잔인하게 짓밟힌 신체와 달리 말끔하기 그지없는 얼굴은 평온했다. 하지만 그 아래로 잘게 떨리는 신체는 예민한 옛 파다완의 시선을 피할 수 없었고 그의 고통을 쉬이 읽어낸 아나킨은 고인 눈물을 털어내며 오비완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오비완!!!"
"아...나킨....."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오비완에 흥이 식었는지 마치 쓰레기를 던지듯 오비완을 툭 떨구고 나갔고, 굳게 닫힌 문에서 점점 희미해지는 발걸음 소리가 완벽하게 사라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저를 옭아맨 구속구를 종잇장처럼 짓이겼다.
"마스터... 오비완... 정신 차려요. 저예요, 아나킨. 나라구요, 오비완...."
둘이 온전히 탈출하기 위해서는 한 명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오비완은 당연하게 자신을 희생 제물로 삼았다. 저들을 잡으려 드는 사냥꾼의 목적에 부합한다는 지극히 합리적인 이유로. 저를 붙잡은 이가 아나킨이라는 걸 깨닫자마자 안도의 숨을 내쉬며 그대로 기절한 스승을 끌어안은 제자는 포스 제어기가 달린 목덜미를 어루만지다 그대로 안아 올렸다. 힘없이 추욱 늘어진 무게는 아나킨이 움직이는 데 있어 결코 방해될 요소가 되지 못했다. 이 쓸모없는 미련한 희생이 오로지 아나킨 스카이워커를 지키기 위한 오비완의 선택이었다는 사실은 아나킨의 소리 없는 분노를 더욱더 강화했다. 그러지 말아야지. 당신은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 왜 그렇게까지 나를...
"괜찮아요, 오비완. 내가 잘하면 되니까...."
앞으로는 어느 누구도 당신을 괴롭힐 수 없어요, 마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