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문연성.
아나오비라기보다는 베이더밴이 맞는듯. 무스타파에서 아나킨 썰지 못하고 두고 온 오비완이 결국 붙잡혀서 그만… 인데 뭐 이런게 나왔지.
이제는 제대로 울지도 못하는 남자에 아나킨은 쯧 하고 혀를 찼다. 결국 남자의 미련은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됐고, 아나킨은 남자를 가질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그 족쇄가 남자를 괴롭게 만들 거라는 걸 알았지만 아나킨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족쇄를 잡아당겼다.
"오비완."
낮게 이름을 부르자 고통 어린 신음성과 함께 파르르 떨리던 긴 속눈썹이 다시 감긴다. 어쩔 수 없지. 평소라면 뺨을 내리쳐서라도 깨웠겠지만, 아나킨에게는 오비완 한정으로 일말의 동정심 정도는 남아 있었다. 물론 당사자가 이 말을 듣는다면 발작적으로 비명을 지르며 거부했겠지만.
"일어난 거 다 알아요."
그러게 왜 자꾸 도망쳐요. 그러니까 당신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다치잖아.
귓가에 가라앉는 음성에 아나킨이 드문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던 푸른 눈동자가 천천히 떠졌다. 물기를 머금고 이지러진 눈동자는 이내 개암 빛이 됐다, 녹빛으로 흐트러졌다, 짙은 어둠이 깔린 새벽녘의 눈동자로 변했다. 소리 없이 흐느끼는 둥근 어깨를 다정하게 어루만지며 아나킨은 기다렸다는 듯이 좌절과 슬픔으로 얼룩져 흐트러진 뒷머리께를 잡고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반항 한 번 제대로 못 하고 이끌려온 신체는 언제나처럼 가벼웠다. 이 방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의족은 이미 저만치 침대 밖에 던져진 지 오래였고, 허벅지 아래로 비어버린 그 위를 긴 옷자락이 내리덮었다.
"따라 해봐요. 다시는 혼자 나가지 않겠다고."
"...."
"역시 행성 하나로 부족한가?"
"아나킨!!"
"거 봐, 대답할 수 있으면서 이 말은 왜 못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