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문 연성

나는 너를 기억한다.

무어가 그리 서러운지 애달프게 울던 울음은 아주 오랜만에 봐, 생경한 장면에 저도 모르게 넋을 잃고 말았다.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제 옛 파다완에게 모든 걸 줄 수 없음을 알고 있음에도 결국 온 힘을 다해 쏟아부은 애정은 언제나 흘러넘쳤다. 자각했다면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어물쩍 받아들이고 말아 이 사달을 내고 말았다.

"또 그렇게 피하잖아요."

"아나킨."

"당신 알고 있잖아. 그런데 왜 자꾸 피해요. 왜."

"..."

마음만큼 행동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나이를 먹어 두려운 게 많아져서인지, 아니면 이 기꺼운 감정이 저를 제어하는 게 무서운지 알 수 없어 오비완은 제 턱을 틀어쥐는 손을 허용했다. 이상할 정도로 의수로 저를 잡는 걸 꺼리던 아이의 눈동자는 이제 오비완이 가져서는 안되는 수많은 감정으로 뒤엉켰다.

너를 사랑한단다. 하지만 내 감정이 너의 마음을 온전히 수용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해.

상처를 주는 것도, 그래서 수많은 미련을 만들어낸다는 것도 알면서도 오비완은 결국 입술에 내려앉는 온기를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찢어진 마음은 심장을 감싸 안고 그대로 깊은 바닷속으로 빠져든다.

그럼에도 사랑은 아니어야 한다.